자유로 가는길
물든다 -봄에 물든다좀 이상하지?가을에 물든다그래야 맞아떨어지는것 같네
문학에 물든다 -가을이 물든다에 못지않게 맞아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내가 여학생이던 시절 부모님들은 딸아이가 사내놈에게 눈길을 주는 그런 나쁜일에 물 들을까봐
마음을 많이썼다 또 아들자식을 동경에 유학 보낸 부모님들은 그 아들애가 잘못 사회주의에 물들까봐
신경을 많이썼다 젊어서 사회주의자가 아닌 청년이 없었다는 시절이니까,
편견이 많던 시절이다 물들면 안되는 일이 많고도 많았다 그러니까 그시절엔 물든다는 말이 대체로 긍정보다
부정에 많이쓰였다 빨갱이에 물든다 연애질에 물든다 소설에 물들어도 나쁘고 노래에 물들어도 나빳다
노래는 기생이나 부르는 것이라는 시절이엇으니까 총체적으로 예술이 멸시를 받았다 건전치 못한 짓거리라고,
예술에 일생을 바친 우리나라 선배님들은 거의 모두가 그런 편견속에서 자기 길을 걸어왔다 지근시절에는 상상도 할수 없었던
일들이 그시절엔 많았다 그런데 달리 생각해보면 개인의 행복이나 자유가 거의 존중받지 못했던 그 시절에 그런 역경속에서도
자기가 하고 싶었던 일을 끝내 하고야 만 사람들 예술가들 지금 우리는 알고 있다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처럼 행복한
사람은 없다는 것을 그러니까 그 시절의 예술가들도 다른 사람들이 몰랐던 행복이며 자유를 알면서 살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단 한번만 허용되는 우리의 인생을 좌우하는 그 출발은 어떻게 이루어 지는가
대체로 우리는 꿈을 꾸면서 성장한다 도저히 이룰수 없는 꿈을 많이 꾼다 그러다가 어느날 모든 꿈을 잃어버린 자기와 맞닦뜨리게
된다 재미없는 인생의 시작이다 그 시점에서 나는 해방을 맞았다 기차도 비행기도 배도 타보지 못할 뻔 했던 나에게 해방이 찾아온 것이다
어느 지방도시에서 큰 나는 우선 그 지방 도시를 탈출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는 목숨을 걸어야 햇던 38선을 다섯번 넘나 들었다
다섯번 다 죽을수 있었던 일이지만 나는 어느 잡지사의 청탁을 받아 :북한문학"에 대한 글을 슨 일이 있다 그때 시중에서는 :북한문학"
에 대한 자료를 얻을 수가 없어서 특별허가를 받아 통일부에 들어가서 북한책을 보게 되었다 그때 받았던 충격 ......생략
이것은 아주 훗날 내가 글을 쓰게 된후의 남에 온 나는 학교에 들어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정말로 귀한 친구를 만낫다
그 친구는 모든것에서 뛰어났고 모든 것에서 특이했다 그리고 그 친구의 지론이 자기는 돈많은 남자의 세컨드가 된다는 것이었다
이게 무슨소리야,우리는 사랑 지상주의였고 순수한사랑 일생에 단 한번의 사랑 - 그런데 너는 어쩌면 세컨드 어쩌면 그렇게 불손하냐
그러면 그 친구가 말했다 우리또래 남자들은 거의가 가난뱅이고 그래서 자기는 돈많은 남자의 세컨드가 돼서 자기 문학을 위해 남자의 돈을
쓰겠다는 것이다
그 친구가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모르는데 내가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그 친구의 그때의 그 말이 새삼스레 생각났다
그러면서 그 친구가 얼마나 글을 쓰고 싶어 했는가를 알게 되엇다 우리가,내가,사랑지상 주의니 오직 하나의 사랑 어쩌구 하면서
소녀적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을때 그 친구는 너무도 절절하게 글을 쓰고 싶었고 우리나 나보다 훨씬 앞선 안목으로 문학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그녀보다 훨씬 늦게야 알아차릴수 있었다
뒤늦게 내가 문학하고 죽기 살기를 같이 하려고 마음을 굳혔을 때 어느 선배분이 나에게 말했다
우리는 문화적인 토양이 빈약하기 때문에 사색적인 면에서는 도저히 앞선 나라 사람들의 글을 따를수가 없다
그러니까 내가 겪은일 내가 아는 것으로 글의 소재를 잡을수 밖에 없는데 그러자면 우리가 할수 있는것 지독한 사랑 지독한 질병
지독한 가난 이런것 중에서 어느것 하나느느 꼭 겪어야한다 그렇지 않고는 절대로 그들과 견줄수가 없다 - 이말이 돈많은 남자의 세컨드가
되겠다던 친구의 말과 겹치면서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였다
그녀는 글을 쓰기 위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싶었고 여행도 하고 싶엇던 것이다
가을이 물들어간다 문학에 깊이깊이 물들어 살았던 나 진심으로 나는 고백한다 이름은 날리지 못햇어도 좋고 걸작을 쓰지 못했어도 좋다
나로 하여금 모든것을 뛰어넘게 해준 문학하고 함께 산 것 만으로도 고맙고 고맙다,
문학의집 서울에서 발췌
소설가 박순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