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아내와 아이들이 회사 근처로 와서 간단한 외식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 피자를 사주려고 하는데 피자 전문점까지 가기도 그렇고 해서
옆 건물 커피 전문점에서 피자를 팔기에 거기서 먹기로 했습니다.
커피전문점답게 넓은 통유리에 햇살을 받으며 네 식구 오붓하게
피자 한판을 시키고 아내와 저는 아메리칸 커피를 한잔씩 먹고 아이들은
레몬 소다를 한 잔씩 시켜 줬습니다.
아들 녀석이 피자를 먹다 말고 주위를 한번 둘러보더니 이런 말을 하더군요
"아빠...우리 지금 굉장히 부자 같다"
"뭐?" 뜬금없는 아들 녀석의 말을 계속 이어졌습니다.
"여기 분위기가 꼭 드라마에서 나오는 곳 같아...분위기 있고...그리고
엄마, 아빠가 그렇게 커피 마시고 있으니까...음...세련 돼 보이고 럭셔리한데"
그러면서 딸아이에게 동조를 구하는 눈빛을 보내더군요
"아들아.. 엄마, 아빠 가끔 이런 데 와서 커피도 마시고 그래..
물론 뭐 일년에 한,두번 ㅎ" 딸아이도 한마디 거들더군요
"엄마, 아빠는 이런데 안 오는지 알았는데..
아빠는 순댓국만 먹고 엄마는 자판기 커피가 제일 맛있다고 그러잖아"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아이들과 한 번도 이런 곳에
와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이런 곳이라고 해봤자 요즘 흔하디 흔한 커피 전문점일 뿐입니다.
가끔 아이들과 피자전문점에 가기는 하지만 아이들 눈에는
이런 곳이 색다르게 다가왔나 봅니다.
더구나 이런 분위기에서 엄마와 아빠가 자판기 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먹고 있다는 게 세련됨으로 보였나 봅니다.
"얘들아 엄마, 아빠도 아직 젊어 너희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이 젊어!
엄마도 가끔 회사 사람들이랑 친구들 만나면 이런데서 원두커피도 마시고...
아빠도 가끔 손님 대접하려면 이런데서 만나고 그래..
아빠라고 맨날 순댓국만 먹고 엄마라고 맨날 자판기 커피만 마시겠냐? ㅎ"
아들 녀석이 말똥말똥 저를 쳐다봅니다.
"야 인마...너 아빠가 몇살이냐? "....."
"배용준, 장동건, 서태지...아빠하고 다 동갑이고 친구사이야 ...그러니까
아빠도 너희가 이렇게 곁에 있어서 그렇지 어디 가면 총각이라 그래 인마~~"
아내, 아들, 딸아이 서로 입이라도 맞춘듯...한꺼번에 "에이~~그건 아니다" ㅎ
남은 피자 두 조각을 아이들에게 양보했습니다."배불러 아빠, 아빠 더 먹어"
"아빤 느끼해서 더 못 먹어" 아내도 포크를 내려놓으며
"당신 이거 가지고 되겠어? 순댓국 사줄까?"
사실 깍두기 국물 넣은 순대국 생각이 간절했지만 그래도 오늘 하루만큼은
아이들에게 배용준, 장동건, 서태지와 같은 또래의 아빠로 남고 싶었습니다.
느끼한 입맛을 뒤로하고 커피전문점을 나오는데 아들이 한마디를 합니다.
"다음에는 아빠 좋아하는 순대국 먹어..."
저는 가던 길을 멈추고 아들 녀석을 잡고 말했습니다.
"아들....아빠도 피자 잘 먹고, 크림 스파게티도 가끔 먹고...그리고 음..
스테이크 전문점에서 스테이크도 가끔 먹어....
맨날 순댓국만 먹는 아저씨 아니다~~~" 아들 녀석 빙긋 웃으며
"아빠 저번 일요일에 순댓국 먹으면서 한 말 생각안나?" "....."
"아빠가 그랬잖아, 일요일 점심때 이렇게 순댓국 한 그릇에
소주 반병 먹는 낙으로 산다고...ㅎㅎㅎ"
초등학생 6학년, 4학년 남매를 키우면서 나름 남들보다
젊은 아빠 되려고 노력을 하고 살았는데.....아니었나 봅니다. ㅎㅎ
"아들..다음에 크림 스파게티 잘하는 데 있는데 한번 사줄게"
아들 녀석 눈이 똥그래지며 묻네요 "맛있어?" "..."
예전에 요리하는 게 너무 맛있어 보여서 한번 먹었다가
그날 양치질을 세번 했던 기억이 납니다. ㅋㅋ
"어쨌든 아들아 너 어디 가서 너희 아버지 나이가 어떻게 되니..하고
누가 물어보면 그냥 우리 아버지 서태지하고 동갑이에요..라고 말해라"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