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을 해 본다 첫사랑 이라는 것은 어느만큼 아름다울까
첫사랑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해본다
태어나고 자란 고향이 집성촌이어서
동네의 또래 남자들은 거의 같은 종씨에다 동항렬
이거나 숙항렬이 되어 그 애들은 만나기만 하면 항렬높은 유세를 해대곤 한다
동항렬도 네가위냐 내가위냐로 늘 티격태격한다
지금의 남편이 첫사랑인 셈이다 불행한건지 다행인건지는 모를 일이다
나의 소녀시절에 풋풋하고 상큼하고 아련한 첫사랑 대신 외사랑의 쓰디쓴 아픔만이 첫사랑을 대신 한다
처녀시절 우리고향은 감히 연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그런 분위기였다
그래도 주변의 친구들은 살짝살짝 만나자는 편지와 쪽지를 한두번쯤은 받아보기도 하고
외지에서 직장생활 하는 친구들도 세련되고 예쁜 모습으로 명절때 고향에오면 친구들 끼리
빙 둘러앉아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 같고 누구는 만나자는 쪽지를 주고 했다는 이야기로
꽃을 피운다 그런 핑크빛 쪽지를 받아본 일이 없는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친구들처럼 버릴 쪽지라도 받아 보았으면 하는 생각을 해 보기도 했다
20대 초반에 우리동네 담당 직장인이 친구집에 가끔 오는 사람이 있었다
그 는 늘 곤색점퍼 차림으로 깔끔한 인상이고 교통수단은 늘 자전거를 이용하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친구집에 가게되면 가끔 그를 만날수가 있고 대화도 하게 되었다
그 와 친구하고 셋이서 대화를 하다보면 무언가 조금 통하는 것 같기도 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말 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당시에 나는 책 읽기를 좋아해서 그 의 말을 어느정도는 받아 넘기곤 했다
그때는 뇌 회로가 날렵하게 작동이 되었고 저장된 기억들은 재깍재깍 인출해내기도 했다
친구는 어떻게 그렇게 말을 잘 하느냐고 했다
그 와 대화를 하다보면 어쩌다 그 의 눈길과 마주치곤 했는데 그 냥 :의미없는 눈 길:이라고 생각을 할 뿐이었다
그 와 같이 있는 시간은 어느사이에 가는지 한 두시간이 시간이 훌쩍 지나 가 버리곤 했다
그는 가끔 친구네 집을 방문했지만 마주칠 일은 많지가 않아 우연히 만나게 되면
내심 반갑고 못 만나도 그렇게 많이 생각이 나지 않은 그런
사람이었는데 한 일년정도 가끔 만났던 사람이 어느날 갑자기 친구네를 오지않게 되었다고 친구가 전해주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많이 당혹스러웠다 내 가슴에 나도 모르게 그를 담았었는지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사실이 쇼크로 다가왔다
다시는 그 와 유쾌한 대화도 할수없고 그 의 의미없는
눈길이라도 마주 할수가 없게 되었다 그 순간에 하늘을 쳐다보니 하늘은 노랗었다
그 전에는 내가 누구를 좋아 하려고 하지도 않았었고
그를 크게 마음에 담았는지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는 내 마음을 스스로 추스리고 다독여야 했다
눈에서는 그 의 해맑은 표정이 아른거렸고 거리의 곤색점퍼 차람의 사람은
모두 그 같았다 나는 자주 하늘을 쳐다보고 먼산을 바라보았다
외사랑의 아픔이란 것이 이런 것일까 혼자만 들여오고 떨쳐내야 하는 것, 상대는 전혀 깜냥도 못하는 그 마음
그리고 하루 이틀 사흘 시간이 갈수록 씌라리운 가슴은 조용히 서서히 통증이 옅어져갔고 약 한달쯤 되니까 언제 그렇게
고통스러웠냐는 듯 말끔하게 지워졌다
아니지... 말끔히 지워진건 아니고 아픔이 많이 옅어지고 씩씩해졌다는것...
지금 생각 해 보면 생기발랄하고 씩씩했던 젊음이 묘약이었던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외사랑은 할 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수없이 하며 마음속으로 되뇌어 보았다
나의 인생에, 삶에, 스쳐지나가는 별 을 마음에 담지 말기를...
